과식 후 졸라맨 허리띠, 소화 방해
연휴 과식 주의, 당뇨·혈관질환 위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배가 많이 부른 상태에서 허리띠를 풀지 말라’는 말이 있던데, 정말 이렇게 해야 할까요?”
50대 박모 씨는 몇 년 전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정보를 접했다고 했다. 그는 “명절에 자주 과식하는데, 배가 꽉 끼는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절에는 음식을 많이 먹은 후 허리띠나 단추를 살짝 풀어놓기 일쑤다. 특히 청바지처럼 신축성이 없는 바지를 입고 있다면 더욱 갑갑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화를 돕기 위한 최선의 행동은 뭘까.
박씨가 언급한 방송은 당시 퀴즈를 통해 ‘과식 후 자주 하면 독이 되는 행동’ 중 하나로 ‘허리띠 풀어놓기’를 지목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허리띠를 풀면 복부에 가해지던 압력이 급하게 떨어지는데, 이것이 소화 기관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배가 많이 나온 상태에서 졸라맨 허리띠는 부담이 된다. 소화가 안 되는 증상도 느낄 수 있다. 의학 전문가의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은 “배가 불러 복압이 상승한 상태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위장관의 운동 기능을 방해해 건강과 소화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띠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소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방송을 다시 확인해 보니, 박모 씨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과식으로 갑갑해질 배가 걱정된다면, 식전에 ‘미리’ 허리띠를 풀어놓는 것이 좋다”는 추가 설명이다. 시청자는 ‘허리띠를 풀지 마라’에 주목했지만, 제작진은 이보다 ‘허리띠를 미리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리 허리띠를 풀어 놓고 먹으면 심리적으로 과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식을 하지 말라’는 대목이다. 강재헌 이사장은 “식후 배가 나오지 않도록 아예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식을 하면 우리 몸이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에너지와 당이 과도하게 많아진다”며 “당의 소화·흡수에 큰 부담을 주므로 2형 당뇨나 비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계했다.
설 명절의 푸짐한 상차림에 식탐이 생긴다면, 샐러드 등을 통해 5분 정도 채소를 먼저 먹는 것도 방법이다. 채소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올려 과식을 막도록 도울 수 있다. 이후 섭취하는 음식의 혈당도 우리 몸에서 천천히 오르도록 만든다.